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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에 제대를 했으니 벌써 17년 가까이 되어간다.
입대는 논산으로 했지만 자대배치를 받은 곳은 강원도 삼척에 있는 임원이란 작은 마을이었다. 사실 임원에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고 바로 옆에 있는 호산마을, 삼척에 있었던 여단 사령부에도 있었으며 병장 무렵에는 양양으로 부대가 이동되어 그곳에서 제대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대 배치를 받았던 1990년 여름, 임원이란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군기가 들어있을 때이기도 했고 내가 소속된 중대가 근처 산 위에 있는 레이더 기지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산속에 있었던 기억이 주로 많은 편이다.

요즘 이런 저런 생각도 많고 머리도 아픈 차에 마침 예전에 함께 일하던 프리랜서 1명과 연락이 닿아 함께 임원에 다녀오게 되었다. (5월 23일) 

영동고속도로로 해서 강릉, 정동진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이동을 했다.







위 장소는 정동진을 내려와 7번 국도를 가기 전에 있었던 해안도로다. 해안 옆에 바로 붙어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곳이다. (이런 곳을 남자와 함께 다녀 왔다니...)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2008년 3월에 다녀온 인구리라는 곳을 만날 수 있었다. 작은 해수욕장이 있었고 아침 일출(아래 사진)이 좋았던 곳으로 기억이 된다. 그 때만 해도 머리 속이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았었다.




애초에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달린 까닭에 출발한지 약 7시간 만에 임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7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 예전의 모습은 없는 것 같았다.





임원은 작은 항구마을이다.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해봐야 지은지 얼마 안되 보이는 아파트가 전부인 곳이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젊은 사람은 더더욱 없어 보였다.

일단 민박부터 잡은 다음, 회에 소주 한잔 하기 위해 항구 옆에 있는 시장으로 갔다. 얼마 전에 다녀온 속초 근처의 동명항이나 대포항에 비하면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인심이나 가격 등은 훨씬 좋은 듯 했다. 2개월 전 동명항에서의 불쾌한 기억(바가지, 불친절)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마을의 규모에 비하면 어시장은 그래도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다. 제법 많은 횟집이 있었으며 손님을 이끄는 모습도 보였고, 이중 할머니 두분이 장사를 하는 횟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제법 많은 횟감과 야채, 매운탕까지 모두 3만원에 맛볼 수 있었으니 가격은 아주 착한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한잔을 하기 위해 술집을 찾았으나 마을이 너무 작아 제대로 된 술집이 없었다. 노래주점과 치킨집이 전부였다. 그나마 노래주점 몇 군데를 들어가보니 아줌마들이 접대를 하는 곳이었고 치킨집은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만 바람도 쏘일겸 치킨을 시킨 후 방파제로 나가 등대 아래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술 한잔을 더했다.





5월말이었지만 새벽의 바다바람은 차가웠다. 새벽 3시가 지난 후 민박집으로 들어가 약간의 술잔을 더 기울인 후에야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곰치국으로 해장을 한 후 임원 근처에 있는 호산마을로 이동했다. 호산마을은 경상북도 울진과 붙어있는 강원도 최남단이다. 호산마을은 17년 전에 비해 많이 바뀌어 있었다. 마을이 상당히 커져 있었고 예전에 있던 중대본부가 없어졌으며 호텔(약간 큰 모텔 급으로 보였지만)도 건축되어 나름 여름 관광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해안 근처에서는 예전에 근무를 섰던 해안 초소도 볼 수 있었다. 추위에 떨기도 했었고 졸기도 했고, 때로는 근무자를 놓쳐 기합을 받기도 했었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던 곳이다.




다시 임원을 거쳐 서울로 차를 돌렸다. 다만 돌아갈 때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를 통해서 이곳 저곳 아무 곳이나 들려서 가기로 했다. 다른 날이었으면 차 밀리는 것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렀겠지만 이번엔 그냥 시간되는데로 가기로 했다.



7번 국도를 따라 삼척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호라는 곳이다. 이곳은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주 경치가 좋은 곳이다.





이런 곳을 17년 전에는 군장을 메고 총을 든채로 행군을 했었다. 물론 이곳 뿐만은 아니었지만.


태백방면으로 차를 돌리니 깊은 심심산골이 나타났고 때마침 구름이 걸려 나름 멋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계속 이동하니 삼척의 민속유물 중 하나인 너와집이 나타났다. 소나무, 전나무 등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어 처마부터 시작하여 기와처럼 지붕을 이은 집을 너와집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 너와집은 약 150년 전 지어진 집으로 내부에 방, 거실, 부엌 등이 있었는데 외양간이 집 내부에 있는 점이 특이했다.









이곳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했다. 산속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는 네스팟 존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맞긴 한 것 같다.


점심 때가 되어 차를 영월로 돌려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디오 스타 영화에 나왔던 그런 곳을 찾아가려 했었지만 찾지는 못하고 그냥 점심만 먹었다. 크고 깨끗한 식당이 많았지만 다소 허름해 보이는 식당을 찾았고 그곳에서 아주 맛있는 순두부를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일정을 따로 짠 것도 아닌, 그저 갑자기 떠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고 애초에는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일행이 생겨 그나마 심심하지 않게 다녀온 여행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면 물론 재미있겠지만 혼자, 또는 마음이 잘 맞는 1명 정도와 함께 떠나보는 여행도 나름 운치가 있고 더 여유로운 맛이 있으며, 다른 일행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아주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비교적 머리 속이 많이 정리가 되었고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시 머리가 복잡해진 느낌이다. 다시 한번 리프레시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이번엔 정말 혼자 다녀오고 싶은데 어디로 갈지 그게 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니 참 어려운 세상이다.

민박집 주인 할아버지의 사람 좋아보이던 그 미소가 참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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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고창권 저도 7번 국도를 여러번 달려봤지만.. 저런 경치가...ㅜ.ㅡ 있는지 몰랐네요..
    난 뭘 보고 다닌거지..
    저도 예전에 복무했던 곳을 가보고 싶네요 ^^
    2009.07.14 14:02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無 念 無 想 어디서 근무하셨나요? 한번 다녀오세요. 느낌이 다릅니다. 2009.07.15 13:13 신고
  • 프로필사진 고창권 전 전라도광주 상무대 소속 야전포병대대(298대대)에서 조교생활을 했답니다..^^
    맨날 105MM(일명 똥포) 맨날 쏴서리.. 가는귀도..먹고.ㅎㅎ

    근무한곳도..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찾아가라면..갈수 있을까나.???
    2009.07.15 13: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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